반셀프 인테리어. 왜 시작했나요?

“여러 업체를 만났는데 저희 여유자금을 훌쩍 넘더라구요. 그래서 망해도 내 집인데 내가 해보자고 결심했죠.” “하나하나 모두 내 생각대로 하고 싶었어요. 첫 신혼집인 만큼 신경을 많이 썼죠.” “하고 싶은 디자인이 있었는데 우리 예산에는 무작정 안된다더군요. 그래도 포기를 못하겠어서 결국 개별로 시공만 따로 하기로 했어요.”

처음 인테리어를 계획할 때엔, 대부분 턴키 업체[1]를 통해 진행하려고 결심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굳이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 반셀프에 도전하려고 하거나, 이미 했죠. 예산이 여유롭지 않아서, 완전 셀프 인테리어는 장비도 없고 할 줄 모르니까, 혹은 내 공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싶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예산은 적고 하고 싶은 건 많고 손재주는 없고

최근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전체적인 컨셉이나 디자인, 세부 자재들은 스스로 결정하여 준비하고 직접 전문 기술자를 섭외하여 시공을 맡기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일명 반셀프 인테리어. 셀프 인테리어에서 파생되었지만 앞머리에 반(半)이 붙은 이상한 단어. 그렇지만 그 뜻이 한 번에 와 닿는 그런 마법 같은 단어입니다.

반셀프 인테리어는 비용도 줄이고 디자인은 내 생각대로 하는 똑똑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줄어든 비용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디자이너가 되었다가 업체 미팅도 했다가 자재도 골라야 하고, 현장 지시와 감독까지! 인테리어의 모든 공정을 자신이 책임지고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반셀프 인테리어는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전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공부는? 역시 반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는 것이겠죠.

“맘에 드는 업체를 못 찾아서 반셀프를 결심했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어요. 시간과 발품이 배로 들었거든요. 그렇게 배로 힘든 만큼 하고 난 뒤 만족도도 배가 된 것 같아요. 발로 뛴 보람이 있었죠. 반셀프는 진짜 내가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어요.”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씨는 30평대 아파트 인테리어를 반셀프로 진행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대학 때부터 디자인을 전공했고 관련 회사에 다니다가 지금은 작은 플라워샵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제 결혼한 지 1년이 다 되어가요. 저와 남편 둘 다 여행을 좋아하고 수집하는 취미도 같아서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Q. 인테리어를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결혼을 하니까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저와 제 가족이 함께 살아갈 집이다 보니까 좀 더 편안하고 우리 취향에 맞는 집을 갖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인테리어를 하게 됐어요.

Q. 어떻게 반셀프 인테리어를 진행하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인테리어 업체를 여러 군데 알아봤어요.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는 유명한 곳들? 첫 미팅을 하는데 견적이 예산을 훌쩍 뛰어넘었고 디자인도 조금 아쉽더라구요. 고민하다가 한두 업체 더 상담을 받았는데 견적이 저렴하면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고, 어느 업체는 견적서의 내용이 너무 뭉뚱그려져 있어 의심스럽고 더 헷갈리기만 했어요. 답답한 마음에 인테리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는데 저 같은 사람들이 참 많더라구요. (하하) 그러던 중 반셀프로 아파트 인테리어를 한 사람의 후기를 보게 됐는데 이거다! 했죠.

Q. 공사 기간은 총 얼마나 걸리셨나요?
마무리까지 3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원래 계획은 2주가 조금 넘었었는데 일정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좀 길어졌네요. 거실 바닥을 타일로 하는 바람에 타일만 4일이 들어갔어요.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선반이나 부속들은 나중에 설치했구요.

Q. 32평의 아파트를 올수리 하셨는데, 견적이 궁금해요.
총 20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샷시나 문, 신발장이랑 붙박이장 같은 경우는 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필름으로 리폼했어요. 베란다 페인팅은 저와 남편이 직접 했구요. 사실 타일도 블로그를 보니까 직접 붙이는 분들이 많아서 저희도 직접 해볼까 했는데, 거실 바닥을 타일로 결정하면서 결국 시공자분을 불렀죠. 다음에는 주방 벽만이라도 직접 해보려구요.

Q.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요? 아니면 어려웠다거나?
아무래도 주방이나 욕실이 가장 많이 신경 쓰였어요. 물을 쓰는 곳이라 나중에 문제가 될까 봐도 있지만 매일 쓰면서 쉽게 지저분해지는 곳이니까요. 수납에 신경을 쓰고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게 하고싶었어요. 특히 욕실 타일을 고르는 게 엄청 오래 걸렸어요. 고르기 너무 힘들더라구요.


요리보고 조리보고

Q. 어떤 점들이 어려웠나요?
일단 종류가 너무 많았어요. 컬러도 같고 사이즈도 같은데 질감이 다르다든지, 대리석 같은 건 무늬도 너무 다양하고. 그냥 보면 똑같아 보이는 타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붙여놓으면 차이가 난다고 하니까요. 저희가 거실 바닥을 콘크리트 느낌 타일로 찾고 있었는데 타일 한 장만 봐서는 감이 잘 오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논현동 매장에서 타일을 봤는데 결국 거기 직원이 몇 개 추천해 준 것 중에 골라서 시공했어요.

사실 시공할 때까지도 생각했던 느낌이랑 다를까 봐 굉장히 불안했었는데, 해놓고 보니 너무 만족스러워서 지금도 집에서 바닥을 들여다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타일 시공이 끝난 후

Q. 거실 바닥을 타일로 하는 것에 대해 청소나 난방과 관련해서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실제 사용해보니 어떠세요?
전에 살던 집은 강화마루였는데 난방은 지금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보일러를 꺼도 제법 오랫동안 따뜻해요. 청소도 전혀 문제없어요. 닦이기도 잘 닦이고 뭘 흘려도 오염도 잘 안되고, 특히 찍힘이나 기스가 안 나서 좋아요! 줄눈에 때가 탄다고 해서 일부러 회색 줄눈을 넣었더니 때가 타는 줄도 모르겠구요. 타일 특유의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은 러그를 깔아주면 되니까. 뭐 그 느낌이 좋아서 타일을 한 거죠. 인테리어 효과도 좋고 분위기도 더 잘 살릴 수 있는 것 같아요.

Q. 현장에서 시공자와 직접 소통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사를 진행하면서 현장에는 자주 가셨나요?
맞벌이 부부라 내내 현장에 붙어있지는 못했지만, 저는 그래도 휴가와 반차를 쓰고 현장에 가서 시공자분들 간식도 사다 드리고 했어요. 공정마다 첫 시작 날에는 꼭 일찍 가서 내용들 다 설명드리고, 도면도 붙여놓구요. 가지 못하는 날은 전화로 소통하고 시공자분께서 사진을 보내주시기도 하고 했어요. 처음에는 시공자분께 말 걸어서 이것저것 계속 물어보고 확인하는 게 좀 죄송하기도 하고 눈치 보이기도 했는데 그래도 그때그때 확인하고 확실히 전달하고 해야 뒤탈이 없으니까. 최대한 소통하려고 노력했어요.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가서 매일 확인도 하고, 미심쩍은 부분이나 이상한 부분들은 바로바로 말하고 해서 그런지 공사 끝나고도 딱히 불만족스러운 부분 없이 잘 마무리된 것 같아요.

Q. 반셀프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반셀프는 정말이지 발품과 손품이 중요해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만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세한 시공 후기를 많이 찾아보고 용어공부도 꼭 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전체적인 컨셉이나 공사의 큰 틀은 꼭 충분히 잡아두고 시작하셨으면 좋겠어요. 자재도 견적협의도 전부 제가 해야 하니까요. 과정이 힘들고 어렵긴 하지만 하고 나서의 만족도는 최상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한 번 해보니까 더 욕심나는 것 같아요. 재미도 있구요. 너무 겁먹지 말고 찬찬히 하고 싶은 것 다 해보시길!


  1. 턴키 업체 :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시공 후 AS 까지 책임지는 업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