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배수구), 어디까지 알아보셨어요?
화장실 바닥의 물 빠짐 배수트랩. 세탁실이나 베란다에도 있고 보일러실에도, 식당 주방에도 가끔 있는 이것! 배수구, 트렌치, 드레인이라는 말보다 육가, 유가로 더 많이 불리는 이것!
이것을 사려고 철물점에 가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검색을 하면 약간의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유가인가 육가인가 유가육가 인가? 혼란하다 혼란해
‘유가’ 인가 ‘육가’ 인가?
이것의 이름이「유가」가 맞는지, 「육가」가 맞는지 백방으로 찾아보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도 정확한 명칭은 알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국립국어원의 시원치 못한 답변 (링크)
계속해서 검색을 이어나가던 중, 어느 지식인의 말씀을 보았습니다.
「유가」또는 「육가」라는 단어는 「유까(床,ゆか)」라는 일본어에서 파생되었고 본래 뜻은 바닥, 마루인데 ‘바닥의 배수구’라는 뜻으로 쓰이는 현장 용어입니다
아! 너무나 그럴싸하다. 곧바로 일본어 사전을 통해 「유까ゆか」를 확인해보니 과연! ‘마루’라는 뜻이 있었습니다!
천정(天井)과 반대되는 말이니 ‘바닥’의 의미도 있는 게 맞네요!
유레카!
「유까ゆか」의 발음이 「유가」보다는 「육가」와 비슷하니까 둘 중에 따지자면 「육가」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이젠 자신 있게 ‘까’에 힘을 실어 「육 가!」라고 불러야겠습니다.
육가를 고를 때는
육가는 기본적으로 배수관을 마감 짓고 배수관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해줍니다. 좋은 육가는 배수관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차단해주거나 벌레가 실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트랩이 들어있어요.
세심한 디테일의 트랩이 장착된 고급 육가육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규격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보통은 50A 규격의 배관 크기에 맞춘 제품이 많지만, 아주 오래된 집이나 신축한 집은 배관의 규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배관의 사이즈를 자로 재어 확인하고 그에 맞는 사이즈의 육가를 골라야 합니다.
다양한 규격의 PVC 배관 파이프. 오래된 집은 구리 배관일지도…
육가 시공법
1. 먼저 방수처리와 구배(물 흐름)가 잘 잡힌 바닥을 준비합니다.
2. 구입한 육가가 배수관과 잘 맞는지 한 번 올려봅니다.
3. 마감재의 두께를 생각하며 압착 시멘트를 잘 발라 제품을 배수관에 설치합니다.
4. 물이 배수관으로 잘 모일 수 있도록 구배(물 흐름)를 신경 쓰며 마감재로 마감!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욕실 철거 후 신경 써서 방수까지 꼼꼼하게 다 했는데 누수가 발생한다면? 육가를 설치할 때, 백시멘트나 압착, 방수액으로 바닥과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마감해야 하는데 그냥 줄눈으로만 육가를 고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잘못된 시공이며 이런 경우에 육가와 마감재 사이의 틈으로 물이 스며들어 누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욕실 타일을 철거하지 않고 덧방을 했는데 누수가 발생한다면? 기존에 방수가 잘 되어 있었어도 타일 덧방시 타일이 올라온 높이만큼 배관 파이프가 숨어버려 육가와 유격이 생기게 되면 물이 배관을 타고 흐르는 누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배관을 연장한 후에 육가를 시공합니다.
디자인 육가의 시대
욕실 바닥의 육가를 생각하면 왠지 비위가 상하는 것 같은 기분, 저만 느끼나요? 아무리 새 육가이고 관리가 잘 되어있어도, 조금의 머리카락조차 소름 끼치게 만지기 싫은 이 비주얼.
(좌) 그냥 싫음 | (우) 짱 싫음
시력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절대 멀리서 보지 마세요.
소 오 름 ! ! !
하지만 이제 더는 이런 육가들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아름다운 디자인의 고급 육가의 시대가 도래하였으니까요! 놀랄 만큼 다양한 디자인으로, 내 욕실의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릴 육가를 고르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정사각형 육가
실버, 골드 그리고 블랙의 사각 육가
육가의 기본형인 정사각형의 형태이지만 비주얼은 기본이 전혀 아니죠.
을지로 육가 실물 직찍. 럭셔리 끝판왕
유광의 골드도 보입니다. 화장대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하네요.
커버를 뒤집어 타일을 넣어 시공한 모양. 줄눈 라인을 자세히 보면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조화로움을 노렸네요.
금속 커버의 화려함도 좋지만, 커버를 뒤집어 안쪽에 타일을 넣어서 시공하면 육가 자체가 눈에 잘 띄지 않아 욕실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이 타일 줄눈의 위치까지 고려하여 마감하면 한층 더 반듯하고 고급스러운 욕실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사각 육가의 커버에 타일을 넣어 마감한 욕실 인테리어
직사각 트렌치
직사각형 모양의 육가입니다만, 어쩐지 이런 스타일의 육가는 「트렌치」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듯합니다. 주로 호텔이나 호화 아파트의 욕실 같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에 시장에서 보이던 제품들은 사이즈와 종류가 천편일률적이었는데, 디자인 육가 시대를 맞이하여 슬림한 트렌치 시장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물론 을지로의 철물점에만 가도 기존보다 더 슬림해지고, 색상도 다양해진 직사각형 육가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샤워공간의 앞쪽에 설치된 직사각 트렌치. 수전과 컬러를 맞춰 세련된 느낌
커버에 바닥면과 동일한 타일을 넣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시공
이런 길쭉한 모양의 육가는 바닥에 구배(물 흐름)를 깔끔하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조그만 육가에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서 타일을 사방팔방으로 조각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이죠!
디자인 대 참사
그 아무리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타일이어도 구배 앞에서는 장사가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같은 습식 욕실 환경에서는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구배를 잘 만들어 주는것이 하자 없는 시공의 정석이니까요. 하지만 길쭉한 트렌치를 사용한다면 바닥면을 한 방향으로만 기울여도 물이 빠지니 타일을 조각내지 않고도 구배를 잘 잡을 수 있습니다!
샤워공간의 바깥쪽 경계에 설치한 트렌치. 이렇게 하면 세면 공간에 따로 육가가 없어도 바닥 물청소가 편리할 듯
삼각 코너 육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듯한 삼각 코너 트렌치입니다. 어쩐지 세련된 디자인의 육가일수록 「트렌치」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입에 착착 붙는 것이 문화 사대주의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을지로 탐사 때 발견하고 내내 감탄하였던 코너 트렌치
구석으로 뿅
숨은 육가 찾기. 패턴 타일과 찰떡같은 궁합
캐주얼한 분위기의 욕실에는 삼각 코너 육가가 슬림한 직사각 육가보다 더 잘 어울리네요. 작고 아기자기한 타일이 포인트가 되는 욕실이라면, 삼각 코너 트렌치를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시공 사례와 같이 깔끔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을 원하신다면 육가의 사이즈를 타일에 맞춰 구입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샤워부스의 코너에도 딱
정말 놀라운 사실은, 이런 디자인 육가들이 이미 을지로 자재 거리나 온라인 쇼핑몰에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을지로 자재 거리 1월 리포트 링크) 이젠 큰맘 먹고 리모델링한 아름다운 욕실에 옥에 티, 육가가 눈에 거슬리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성품으로 나온 육가를 통한 배수가 아닌, 설계 단계부터 계획되어 맞춤 제작한 욕실 배수 디자인을 구경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특수한 욕실 배수 사례
사각의 샤워 영역의 경계부분에 설치된 배수 라인. 매우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자갈을 통해 물이 빠지는 구조. 가족이 모두 대머리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쉽게 아름다운 육가를 구매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불과 2년 사이에 이 모든 것들이 시장에 깔렸으니 앞으로는 얼마나 더 다양한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제품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올지 무척 기대가 되네요. 소개해드린 제품들도 얼른 대중화되어 국내 욕실 인테리어 시공사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