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을지로 자재 탐사 일지

본 일지는 의식과 시간의 흐름대로 작성하였으며 일지 내용에 등장하는 매장 또는 인물과는 사적인 친분이나 금전 관계가 없음을 밝힌다. 일지에 기재된 상품의 가격은 각 매장의 사정이나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난 1월에 작성했던 탐사 일지의 후속편이다. 지난 탐사 일지가 너무 길어서 나누었는데 이번 편은 타일과 수전, 그리고 부속 위주로 서술한다.

을지로가 달라졌어요

을지로가 달라졌다. 일단

을지로 3가와 4가 사이의 유일했던 편의점, 을지로의 한줄기 오아시스와도 같았던 CU 중앙데코플라자점이 사라졌다.

그리고 4가 방향의 국도 호텔에는 고급지게 생긴 미니스톱 편의점이 입점했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매장들의 인테리어가 점점 좋아져간다.


세운상가 입구 쪽에 새로 생긴 조명가게의 멋진 디스플레이

예전에는 온갖 재료들이 다 모인 시장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젠 점점 쇼핑 거리스러워지고 있다. 가격만 안 오르면 좋겠다. 전국에서 최고 저렴했으면!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운 타일

이번 탐사의 특이사항은 거리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 타일들의 사이즈가 대부분 확실히 큰 사이즈였다는 점이다. 이는 논현동 고급 타일 매장의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한다. 을지로의 고급화? 트렌드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 모습이 멋지다.


시크하게 모여있는 무채색의 무광, 큰 타일들.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역시나 무채색의 큼직한 무광 타일들. 분위기가 단정하고 시원스럽다.

큰 타일과 작은 타일, 모두 무광이 트렌드였는데 어느 순간 유광 타일이 유니크함으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큰 사이즈의 고급스러운 마블 패턴 유광 타일

무광과 유광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지. 무광 타일을 쓴 공간은 차분한 고급스러움, 내추럴하고 편안한 멋이 있다. 유광 타일을 쓴 공간은 화려하고 깨끗한, 반짝거리는 고급스러움과 타일 특유의 클래식한 느낌.


비슷한 타일과 패턴인데 유광, 무광에 따라서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욕실에 골드 포인트를 주고 싶어요

욕실 인테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골드 수전을 꼭 하고 싶어 하는 클라이언트들이 꽤 많다. 골드 색상의 수전과 하드웨어들은 일반 실버 색상의 제품들 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드에 한번 꽂힌 클라이언트들은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골드 포인트 욕실의 로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멋진 의지를 가지고 있다!


블링블링한 골드 포인트의 욕실. 돈으로 갖겠어!

예쁜 수전, 착한 가격

그런데 반전은, 세련되고 아름다운 골드 수전들이 꽤 착한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련된 라인, 고급스러운 색상, 단 돈 11만 원! 대박사건


세면 수전과 주방 수전! 오른쪽의 저 비싸 보이는 주방 수전이 20만 원! 20만 원!

2년 전의 나, 골드 주방 수전이 너무 없어서 아마존 프라임으로 직구 했었는데 저게 더 이쁜 것 같다. 쬐끔 더 비싸지만.


직구 인증. 배대지 배송비까지 해서 17만 원 정도 들었고 배송기간은 프라임으로 주문했는데도 2주 가까이 걸렸다.

이제 특정 제품을 원하는 게 아닌 이상 골드 수전의 선택지가 너무 없어서 직구를 하는 일은 없겠다. 해피 대한민국!

드디어 나와 주신 골드 트랩

사실 이 날의 놀라운 발견은 타일과 수전보다도 아름다운 디자인의 육가와 지금 소개할 세면대 부속이었다. 골드 수전, 블랙 수전 같은 제품들도 물론 그 가격과 다양함에 놀랐지만 그래도 이미 시장에서 꽤 봐왔던 제품이었고 새로운 디자인이 계속 나오는게 크게 놀랍지는 않았는데, 보고 눈이 뒤집혔던 제품이 바로바로

바로 이 세면대 부속이다.

이렇게 하부장이 있거나 세면대 하단의 트랩이 가려지는 반다리 세면대의 경우에는 골드빛의 블링블링한 수전과 골드 악세사리를 맞추면 아름다운 골드 포인트의 욕실을 꽤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요즘 욕실 트렌드는,

콘솔 세면대


Scarabeo Fuji

이렇게 트랩이 가려지지 않는, 아래가 훤히 뚫린 콘솔 형태의 세면기를 세팅하는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습식 욕실이 기본인데, 차츰 관리하기 편하고 위생적이고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는 건식 욕실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세면대의 디자인도 조금씩 다양하게 진화하고 이렇게 하단이 열린 디자인으로까지 트렌드가 닿은듯하다.

우리나라의 욕실은 기본적으로 집의 넓이에 비해 좁은 곳이 많은데, 이렇게 하단이 열린 콘솔 형태의 세면기를 셋팅하면 욕실 조금 더 넓어보이겠다. 욕실을 건식으로 사용한다면 하단에 수건이나 휴지 등을 수납할 수 있어 실용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Scarabeo Etra

그런데 훤히 열려 있는 하단에 보이는 저 트랩! 저 트랩!

사실 우리가 흔히 쓰는 세면대 트랩의 디자인은 다음과 같다.


반도의 흔한 세면대 트랩

아… 이런 트랩으로는 도저히 저런 간지를 낼 수가 없잖아


좀 괜찮은 디자인의 대림바스 세면대 트랩

이런 트랩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골드는? 골드 수전조차 이제서야 많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골드 트랩이 나오겠어 수요도 별로 없는데. 직구를 통해서는 구할 수 있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인스타그램에 한차례 소개했던 적이 있다.


아문센 인스타그램

그림의 떡

이런 거

이런 거 하고 싶은데… 직구 밖에 답이 없나 생각했었는데…!

골드 트랩과 폽업(폼업)

뙇!!

골드 트랩이야…!

심지어 블랙도 있었다!


너무 예쁘고 감동적인 골드 세면대 폽업


블랙까지 갖췄다

이거 실화? 트랩에서 이미 끝장났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폽업도 골드와 블랙이 있잖아? 아 너무 감동이고요

이제 이런 세면대 당당하게 놓을 수 있다. 만세! 이제 골드와 블랙 앵글밸브와 고압 호스[1]만 나와주면 완벽하다. 빨리 나와주라주

전공은 속일 수 없나 보다. 학생 시절에도 화방에 가면 온갖 물건을 다 사고 싶고 어렵게 구한 물건이 있으면 주위에 써보라고 권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좋은 것을 보면 갖다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그리고 이런 좋은 것을 보면 빨리 소개하고 싶고 남들도 다 알았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얼른 우리도 예쁘고 좋은 아이들을 입고해서 자랑해야 하는데.

세상 사람들 여기 보세요! 우리 애가 이렇게 예쁘다구요!


  1. 앵글밸브와 고압 호스 : 수도관과 수전을 이어주는 부속품 ↩︎